본문 바로가기
와인상식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이유

by 펜-케이크 2023. 9. 20.

목차

    반응형

    코르크의 어원

    코르크(Cork)라는 말은 중세 영어 corke에서 비롯된 말로 corke는 라틴어 quercus와 관련이 있으며, quercus는 참나무를 뜻합니다. 즉 코르크는 코르크참나무(Quercus suber)의 껍질을 의미합니다.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 손님이 가지고 온 와인을 제공할 때 코르크 마개를 개봉해 주는 서비스를 콜키지(Corkage)라고 하는데, 이 용어도 코르크 차지(Cork charge)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와인을 마시려면 누구나 거쳐야 할 한 가지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와인병을 오픈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코르크 마개를 뽑는 일이 생각보다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이란 걸 공감할 것입니다. 대체 이 작은 마개의 역할이 무엇이길래 우리가 기꺼이 이러한 수고를 감수하게 만드는 건지, 왜 코르크를 다른 뚜껑보다 더 선호하게 되었는지,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이유

    1. 코르크 마개의 기원

    코르크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17세기 유리병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코르크를 병마개로 사용하게 됩니다.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기 전에는 나무 마개나 기름을 먹인 헝겊으로 유리병 입구를 틀어막았는데, 이 방법으로는 밀봉이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이 코르크 마개를 누가 최초로 발명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프랑스의 오빌레 수도원에서 돔 페리뇽('돔'은 수도사, '페리뇽'이 이름), 즉 페리뇽 수도사의 업적을 홍보하면서 그가 코르크 마개를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포르투갈에서는 포트와인의 병마개로 처음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1665년 영국 베드포드 공작의 발명품 리스트 중에 샴페인 코르크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코르크 마개는 영국에서 넘어온 기술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코르크 마개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코르크 마개의 보급은 와인의 숙성과 보관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는 사실입니다. 코르크 마개는 와인을 신선하게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고, 와인 생산과 유통 업계에 혁명을 일으킨 존재였습니다.

     

    2. 코르크 마개의 장점

    코르크 마개는 여러 가지 특징 및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신축성과 내구성입니다. 코르크는 본래의 크기보다 약 2배 정도 압축될 수 있으며, 이렇게 압축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해도 그 탄력이 잘 유지됩니다. 그래서 코르크를 사용하면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도 병목에 쉽게 찔러 넣을 수 있고, 이렇게 병목에 찔러 넣은 코르크는 다시 팽창하면서 병 입구를 아주 단단하게 밀봉합니다. 질이 좋은 코르크 마개는 수명이 30년 정도나 되므로 30년 이상 와인병을 밀봉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특징은 코르크는 물과 공기가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고 수분을 만나면 팽창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와인병을 눕혀 두면 코르크가 와인과 접촉하여 팽창하게 되고 바깥공기를 차단하면서 와인의 산화를 막고 숙성을 도울 수 있습니다. 코르크는 와인병의 모양에도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초창기 와인병은 양파처럼 둥근 모양이었으나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면서 망치 모양, 실린더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코르크로 와인병을 막으면 병을 눕혀도 와인이 새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긴 형태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밖에도 코르크는 살균작용을 하여 와인에 곰팡이가 앉거나 썩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온도 변화가 일어나도 코르크는 수축하거나 이완되지 않으며 불에 쉽게 타지도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코르크 마개의 단점

    코르크 마개는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코르크 마개의 오염입니다. 코르크가 오염되면 와인에서 젖은 박스나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데, 이러한 현상을 부쇼네(Bouchonne) 또는 코르키드(Corked)라고 합니다. 이는 '코르크 마개 냄새가 나는 와인’이란 뜻으로 ‘불량 코르크로 인해 변질된 와인’을 의미합니다. 부쇼네 현상이 발생하면 와인 고유의 향이 없어지고 와인의 질이 떨어집니다. 또 한 가지 단점은 개봉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려면 ‘코르크스크루(Corkscew)’ 또는 ‘와인 오프너’라고 부르는 별도의 도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코르크 마개를 제거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간혹 코르크 마개를 빼다가 부러지거나 부서져서 와인에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4. 코르크 마개의 주원료: 친환경 소재

    코르크 마개의 주원료는 코르크참나무입니다. 코르크 마개는 코르크참나무의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의 두터운 껍질층을 잘라 만들며, 15㎏을 채취하면 약 1,000개의 코르크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코르크참나무는 코르크 껍질을 벗겨주면 더욱 건강하고 오래 자랄 수 있고, 다시 자란 껍질은 9년마다 채취가 가능하므로 환경을 해치지 않고도 150~200년 동안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건강한 숲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코르크참나무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프리카 북부 등에 분포하며,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포르투갈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코르크는 나무껍질로 만든 천연 소재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습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촉진할 수 있으며 코르크가 친환경 소재로써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

    지금까지 와인병에 코르크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와인의 역사에서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의 발명은 마치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 어벤져스의 영웅들처럼 느껴집니다.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함께 등장해 와인 보관과 숙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고 오늘날 와인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으니, 이 두 영웅이 힘을 합쳐 와인의 세계를 구해 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코르크 마개의 단점을 보완한 스크루 캡(돌려서 따는 뚜껑)과 같은 다양한 대체 마개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이 와인 세계만큼은 여전히 코르크 마개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르크 마개는 단지 하나의 마개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로 ‘와인 고유의 전통과 멋을 대표하는 상징이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