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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상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오래된 와인일수록 비싸고 고급와인일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는데,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항상 좋은 품질을 유지한다는 건 아닙니다. 즉 와인도 상할 수 있습니다. 모든 와인은 음용 적기가 있고, 그 기간 안에 마셔야 와인 본연의 맛을 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상한 와인(불량 와인)의 구별 방법을 알아보고, 와인이 상했다는 5가지 신호와 상한 와인을 마셨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불량 와인
와인을 잘못 보관하면 와인의 품질에 결함이 생기는데, 이러한 불량 와인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열화'와 '산화'입니다. 열화와 산화는 엄밀히 말하면, 상했다기보다는 변질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불량품일뿐 건강에 해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해서 맛이 괜찮다는 건 아닙니다. 혹시라도 이런 와인들이 걸렸다면, 불량품을 발견한 즉시 사진을 남겨서 구매처에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화(熱火, Heat damage)
'열화'는 과도한 열로 와인이 변질된 것을 말하며, 흔히 '끓어 넘쳤다'라고 얘기하는 현상입니다. 열화는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기 쉬운데, 와인을 40℃ 이상으로 30분 이상 방치하면 와인이 끓어서 잼처럼 변하고 달큼한 잼이나 와인 소스를 만들 때 나는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와인이 고온에 노출이 되는 경우는 부적절한 보관 환경과 운송 과정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즉 여름철에 냉방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창고에 방치된다거나, 해외에서 일반 컨테이너로 와인을 들여올 때 적도를 지나 운반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열화는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열화된 정도가 약하면 코르크 가장자리에 와인이 올라와 살짝 묻은 자국이 보이고, 열화된 정도가 심할수록 와인이 더 위로 올라와 묻어 있고, 코르크를 밀어내 살짝 위로 튀어나와 있을 수 있습니다. 열화된 와인은 열을 받는 동안 이미 신선함과 풍미가 손상되었고, 자체적인 보존력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도 없습니다. 보통 이런 열화된 와인들은 즉시 마셔버리거나 염가에 처분됩니다.
산화(酸化, Oxidation)
'산화'는 말 그대로 필요 이상의 산소가 와인과 접촉하여 와인이 빨리 산화된 상태를 말합니다. 산화가 일어나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와인의 색과 향을 변화시킵니다. 산소는 와인에 있어 '양날의 검'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모든 와인 양조와 숙성 과정에는 반드시 산소 공급이 필요하지만, 이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와인 메이커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불필요한 산소 접촉이 생겨 불량품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산화는 와인병을 오래 세워 보관할 때 흔히 일어납니다. 코르크가 건조해지면 바짝 말라 수축하는데, 이때 유리병과 코르크 사이에 이격이 생깁니다. 이격이 커지면 바깥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생기고, 그 틈으로 과량의 산소가 들어와 와인과 접촉하게 되는 것입니다. 산화는 열화와 함께 와인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불량 중 하나입니다.
산화된 와인은 오래 묵은 느낌이 들고, 산화된 정도가 심할수록 신맛이 강하게 납니다. 산화된 와인은 같은 빈티지의 와인과 색깔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좀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레드 와인은 같은 빈티지의 와인 대비 색이 더 흐릿해지고, 화이트 와인은 반대로 색이 더 짙어져 노란색에 가깝게 변합니다.
2. 상한 와인
부쇼네 / 콜키 와인
상한 와인은 부쇼네 와인(Vin Bouchonne) 또는 콜키 와인(Corky Wine)이라고 합니다. 영어 "코르크(Cork)"는 프랑스어로 부숑(Bouchon)이라고 하고, 영어 "콜키(Corky)"는 프랑스어로 부쇼네(Bouchonne)라고 합니다. 사전에서 두 단어를 검색해 보면 콜키는 '(포도주가) 코르크 냄새가 나는', 부쇼네는 '코르크 냄새가 나는 와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두 가지 용어는 언어만 다를 뿐 결국 같은 말입니다.
부쇼네 / 콜키는 코르크가 변질되어 그 변질된 향이 와인에 배어 버리는 현상입니다. 이는 코르크가 불량이거나 균에 오염되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부쇼네 와인에서 나는 냄새를 '축축한 곰팡이 향'이나 '오래된 책이나 종이 냄새' 또는 '축축한 지하실의 퀴퀴한 곰팡이 냄새' 등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한 번 맡으면 굉장히 기분 나쁘고, 불쾌한 냄새라는 점은 공통된 의견인 것 같습니다.
3. 와인이 상했다는 5가지 신호
시각: 색상의 변화
와인이 상했다는 것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와인의 색깔'입니다. 와인의 빛깔이 탁하다면 보관이 잘못된 것입니다. 레드 와인이 선명한 루비색이나 붉은색이 아닌 갈색 빛을 띠거나, 화이트 와인이 짙은 노란색이나 주황색 빛을 띠고 있다면, 이는 와인이 상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후각: 냄새의 변화
와인이 상하면 코를 찌르는 시큼한 식초 냄새가 납니다. 개봉한 즉시 와인에서 식초 냄새가 남다면 상한 와인입니다. 또는 달갈 썩은 냄새, 곰팡이 냄새, 젖은 종이 냄새, 눅눅한 신문지 냄새 등 와인에서 맡아보지 못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와인에서 아세톤 냄새가 난다면 와인 양조 과정에서 곰팡이가 핀 포도가 들어갔거나 양조 기술이 낙후된 경우로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미각: 맛의 변화
상한 와인은 마시지 않을 것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시각이나 후각으로 상한 와인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맛을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상한 와인을 맛보면 식초 같은 날카로운 신맛이 나고, 코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냄새가 느껴집니다. 페인트 시너와 비슷한 화학적인 맛이 날 수도 있습니다.
상한 와인은 맛을 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데, 와인을 입에 넣었을 때 '맛이 없다'가 아니라 뭔지 모를 불쾌감이 느껴지고, 지나치게 신맛 또는 쓴맛이 난다면 변질된 상한 와인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삼키지 말고 뱉어내시길 바랍니다.
거품: 기포 발생
거품이 올라오는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스틸 와인에 거품이 생겼거나 기포가 올라온다면, 와인이 발효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참고로 여기서 '스틸(Still)'은 '거품이 없다'는 뜻입니다.
발효나 부패는 모두 미생물(균, 곰팡이, 효모 등)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가지나, 발효의 핵심은 '유익한 변화'이고 부패는 '해로운 변질'입니다. 와인에 거품이 생겼다면 와인 안에 효모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살균이 부족한 상태로 부패(상한 것)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코르크, 포일의 상태
와인을 개봉하기 전 코르크나 포일 등의 상태로 와인이 상했는지 미리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 코르크 마개: 코르크가 병에서 약간 빠져나와 있다.
- 얼리지(Ullage): 얼리지가 넓을수록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얼리지'는 병입된 와인의 코르크 밑면부터 와인의 표면까지의 공간을 말합니다. - 와인 누출: 와인이 흐른 자국이나 새어 나온 흔적이 있다.
- 포일: 포일을 손으로 돌리면 잘 돌아가지 않는다.
- 와인 라벨이 햇볕에 바랬다.
- 와인 오프너(코르크 스크류)를 코르크에 돌려 넣을 때 말라비틀어진 소리 또는 끼익하는 소리가 난다.
4. 상한 와인을 마셨을 때 증상
상한 와인을 마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열화나 산화로 변질된 와인을 마셨을 경우엔 불쾌할 수 있지만, 특별히 건강에 해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곰팡이나 균에 오염된 와인은 얘기가 다릅니다. 미생물 작용으로 상한 와인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식중독의 주요 증상으로는 위경련,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발열, 탈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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