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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상식

뉴질랜드 와인 소비뇽 블랑: 의외로 잘 몰랐던 3가지 사실, 품종 특징 및 성공 비결

by 펜-케이크 2023. 11. 3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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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은 몰라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유명하다는 말은 들어봤을 정도로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와인의 상징이 되었고, 이미 많은 유명 셀럽들의 와인 리스트에도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뉴질랜드 포도 생산자(New Zealand Winegrowers)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뉴질랜드 와인 수출은 25%나 증가했고, 연간 수출액은 무려 한화 약 1조 9천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2023년 5월 기준). 이렇듯 뉴질랜드 와인 수요의 인기는 식지 않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인기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 대해 의외로 잘 몰랐던 3가지 사실과 소비뇽 블랑 품종의 주요 특징 성공 비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뉴질랜드 소비뇽블랑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1.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뜻

    소비뇽(Sauvignon)은 '야생의, 거친'이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 'Sauvage'에서 유래되었고, '블랑(Blanc)'은 '흰색'이라는 뜻입니다. 소비뇽 블랑의 고향은 다른 품종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가 보르도(Boedeaux)가 고향인데, 마치 야생의 포도나무처럼 잘 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숲속 야생의 신선한 매력과 연한 그린 컬러가 싱그러움을 더하는 품종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화이트 와인' 하면, '소비뇽 블랑'을 떠올릴 정도로 화이트 와인의 카테고리에서는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고, 화이트 와인 품종 중에서도 단연 인기가 가장 많습니다.

     

    소비뇽 블랑이 주는 공통적인 이미지를 요약해 본다면,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이다.', '상큼해서 여름에 잘 어울린다.', '가볍고 산뜻한 와인이다(라이트 바디, 산도가 높다).', '입문용이다.', '싱그러운 잔디나 풀 내음이 난다.'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특징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하면서도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는 것입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남섬 북동부에 위치한 말버러 지역(Marlborough Region)에서 재배되는데, 재배 기간 내내 태평양 해류를 따라 불어오는 남섬의 온화한 기후를 머금고 균일하게 익을 수 있어 소비뇽 블랑의 독특한 매력과 풍미(아로마)가 한층 더 강화됩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수출 인기가 말해 주듯이, 이미 와인 애호가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믿고 마실 수 있는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다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기도 합니다.

     

    보통 데일리로 즐기기 좋은 저렴한 와인은 1~2만 원 정도면 무난하고, 다소 고가의 프리미엄 와인 라인에서도 5만 원 정도면 충분히 좋은 와인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고를 때는 잠시 가격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남들한테 아는척하기 좋은 유명한 와인들을 맛볼 수 있으니, 다른 화이트 와인들과 비교해 볼 때 가성비나 가심비 면에서 여러모로 탁월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3.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놀라운 사실 3가지

    ①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전 세계 와인 생산량에서 뉴질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022년을 기준, 와인 수출국 순위로는 세계 6위를 차지할 정도로 "뉴질랜드는 소비뇽 블랑의 나라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보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가 대량으로 수출한 최초의 품종이 바로 소비뇽 블랑입니다. 그런데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1960년대에 시작되어 1970년대에 와서야 급격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계 와인 시장의 전면에 등장하게 됩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20세기에 와서야 세계 와인 산지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늦은 배경에는 초기 뉴질랜드 와인 생산자들의 포도 재배에 대한 경험 부족과 정치, 문화 등의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자세한 사정은 아래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② 처음 시작은 샤르도네였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는 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뉴질랜드가 와인용 포도 품종으로 처음 선택한 것소비뇽 블랑이 아닌 샤르도네였다는 것입니다. 뉴질랜드의 대표 와인 생산자인 몬타나는 뉴질랜드 북섬의 '기즈번(Gisborne)'에서 1960년대부터 샤르도네 품종으로 와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뉴질랜드는 와인 수출을 전략사업으로 주도하였는데, 북섬에서는 샤르도네남섬에서는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고 생산하게 됩니다. 뉴질랜드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적도에 가까운 북섬의 기후는 남섬보다 상대적으로 온화합니다. 즉 몬타나의 샤르도네는 더운 지역인 북섬에서 생산된 것인데, 원래는 이렇게 더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품종은 젖산 발효를 하기 때문에 버터나 치즈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뉴질랜드에서 생산된 샤르도네는 맑고 깨끗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아직 양조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북섬의 샤르도네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고, 소위 '실패'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남섬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은 대히트를 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비뇽 블랑은 오크 숙성을 하지 않고 스테인리스 스틸 통세어 숙성시키는데, 뉴질랜드는 낙농업으로 잘 발전한 나라였기 때문에 이 스테인리스 스틸 통을 다루는 데 능숙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남섬의 말버러(Marlborough)에서 드디어 소비뇽 블랑이 '성공'합니다. 그럼, 이 소비뇽 블랑을 성공시킨 주역은 누구였을까요?   

     

    ③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의 판도를 뒤집다

    현재 뉴질랜드의 최대 와인 산지는 남섬의 '말버러'로 이 지역의 약 80%에서 소비뇽 블랑을 생산합니다. 말버러 지역의 소비뇽 블랑은 산도가 높고 강렬한 아로마가 특징입니다. 몬타나 와이너리는 1973년 말버러에서 소비뇽 블랑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몬타나의 샤르도네에 실망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이미 북섬 기즈번에서 샤르도네에 실패한 몬타나는 남섬 말버러에서도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1895년 와인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클라우디 베이가 소비뇽 블랑을 내놓자 세계 시장이 뉴질랜드 와인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4. 몬타나엔 없고 클라우디 베이엔 있는 것

    라벨의 힘

    몬타나는 실패하고, 클라우디 베이는 성공한 그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어찌보면 지역이나 품종에서 볼 때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그 차이가 궁금해집니다. 여기에 대해 와인 업계의 전문가들은 그 차이를 '라벨 힘'이라고 설명합니다. 클라우디 베이의 라벨은 뉴질랜드의 자연, '산'을 담고 있는데, 라벨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다면 마치 한 폭의 수묵 담채화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맑고 고요한 물에 먹물이 한두 방울 떨어져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듯한 그림이 뭔가 감성을 자극하는 듯도 싶습니다. 

     

    클라우디 베이라는 이름에서부터도 이미 안개가 잔뜩 끼어있는데, 라벨마저도 자욱한 안개에 가려진 산을 연상시키니, 사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잘못하면 사람을 좀 쳐지고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청승맞다'나 '우중충하다'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라벨의 좀 처진(?) 분위기가 신의 한 수였습니다. 클라우디 베이를 마셔보면 라벨이 주는 차분한 느낌과는 전혀 다른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오히려 이런 반전 매력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더 강하게 박히게 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라벨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라벨

     

    5.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성공 비결(요약)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세계 톱 클래스가 된 성공 비결을 몇 가지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누구라도 다가가기에 부담이 없다
    • 다양한 음식과 폭넓게 매칭하기 편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다
    • 신선한 소비뇽 블랑은 식전주로 좋다
    • 소비뇽 블랑을 차갑게 칠링(Chilling)하면 뜨거운 음식과도 궁합이 좋다
    • 뜨거운 음식과 매칭하면 입안의 온도를 낮춰주고 입안의 잔향을 씻어 주는 청량함이 돋보인다
    • 우울함, 외로움도 날려버릴 수 있는 푸릇한 과실 향, 상큼한 맛이 매력적이다
    • 가성비가 너무 훌륭하다
    • 그래서 혼술 와인으로 제격이다
    • 맛은 드라이하고 산미가 뚜렷해 강렬하지만, 은은하게 지속되는 산뜻한 여운이 있다

     

    한 때 국내 와인 시장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도로 레드 와인이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세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임이 명백해 보입니다. 또한 그 꾸준한 인기는 당분간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듯합니다. 혹시 아직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다면, 이 특별한 매력을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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